무영당 DEPARTMENT를 오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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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다시 출발하는 무영당.

일본의 자본에 침식되어, 일어로 지어진 백화점들이 성황을 이루던 1937년 일제강점기. 개성 상인 이근무가 대구 최초 민족자본 근대백화점인 무영당을 개점했다. 1923년 서점으로 시작하였던 무영당은, 신축으로 확장하며 백화점으로 거듭난 것이다. 민족자본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을 빼놓고 보더라도 평범한 백화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유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 이상화와 화가 이인성, 시인 구상, 무용가 김상규 등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고, 공연을 하였던 백화점이었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해 토론하고 사회를 논하는 포럼까지 개최되었다는 걸 보니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합문화공간이라 말할 수 있겠다. 무영당은 2023년 대구광역시와 한국부동산원, 대구도시공사 등의 공공기관들과 함께 사회적경제, 문화예술, 청년단체들이 힘을 합하여 ‘복합문화백화점’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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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나간 부분이 모여, 하나가 된 무영당 DEPARTMENT.

86년 만에 무영당을 다시 ‘복합문화백화점’으로 열면서 무영당의 이름에 ‘DEPARTMENT’를 추가하였다. ‘Department’는 파트를 의미하는데, 이는 파트들이 모여 하나의 공간이 되는 ‘Department store’ 즉, 백화점일 일컫는다. ‘Depart’의 어원은 ‘De(완전히)’, ‘Part(일부분)’으로 된다는 것이고, 동시에 ‘다른 곳으로 출발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기존의 질서로부터의 일탈’, ‘이탈하다’라는 뜻을 동반하고 있다.

다시 오픈하게 되는 무영당의 정체성으로 손색이 없는 이름이 바로 ‘DEPARTMENT’였다. 여러 단체가 주체적으로 하나가 되어서, 다양한 파트들이 모인 백화점이 되었다. 나아가 기존의 질서로부터 일탈하고 새로운 소비문화,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DEPART TO BRAND NEW DAEGU CITY’. 새로운 대구로의 출발을 각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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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구로의 출발, 무영당.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백화점’이다. 그래서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대기업이 아닌, 시민들과 예술가가 운영한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의문에 답을 해야 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소비적인 문화’는 풀어야 하는 과제였고, 무영당은 적어도 ‘과도한 소비’, ‘무분별한 자원 사용’과 거리가 먼 ‘새로운 소비’의 대안이 되어야만 했다. 그것이야말로 무영당이 가져야 할 정체성임에 틀림없었다. 100년에 가까운 긴 긴 세월을 지나, 다시 시민을 만나야 하는 무영당이 가져야 하는 모습이라고 확신했다. 예로부터 ‘소비의 도시’로 유명했고, 현재에도 유효한 대구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질 높은, 책임감 있는, 지속가능한 소비를 뜻하는 것이다. 이는 1층에 자리한 제로웨이스트 지향 비건카페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로컬브랜드들이 모여있는 팝업스토어까지 무영당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구에서 시작하고 활동하고 있는 로컬브랜드는 대구를 벗어나 세계의 무대까지 뻗어가고 있다. 로컬브랜드는 단순히 대구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운영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지역 경제의 순환을 강화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것이다. 예술가도 있고 사업가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지역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었고, 그 자체로 지역의 자부심이었다.

다양한 아젠다들 속에서 무영당이 새로운 대구로의 출발점에 서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지역사회에서의 무영당이 해야하는 역할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시각예술, 공연예술, 미디어아트 그리고 브랜드의 접점에서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로컬문화와 대중문화를 새롭게 정의하고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며 대안적 소비문화를 선도하는 ‘복합문화백화점 무영당 DEPARTMENT’로의 리브랜딩이다.

1937년 무영당, 그리고 2023년 무영당 DEPARTMENT. 오픈과 동시에 많은 시민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에 ‘대구 아닌 줄 알았다.’, ‘서울의 성수동 같다’라는 평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진짜 대구같다’라는 정체성을 가진 공간, ‘새로운 대구로의 출발점’이 될 공간 무영당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1층에는 ‘시작’과 ‘출발’을 맞이하는 <DE86RTURE>라는 팝업카페가 자리 잡았다. 팝업카페는 무분별하게 생겨났다가 사라지며 환경문제와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기존 팝업스토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팝업카페는 다양한 로컬 브랜드와 협업하여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동시에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은 시그니처 메뉴를 판매합니다. 높은 임대료 부담 없이 운영되며, 무영당의 스탭들이 브랜드 팝업카페의 스탭으로 일하여 단기 인력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로컬 브랜드나 시작하는 브랜드들이 부담 없이 팝업을 열 수 있는 '출발점'이 되고, 고객이 브랜드를 알아가는 '출발점'이 되며,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출발점'이 되고자 합니다. 2층 팝업스토어에는 대구를 로컬브랜드들을 총망라한 편집숍이 자리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유명한 대구 브랜드들과 대구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은 브랜드, 그리고 대구에서 이제 시작해서 뻗어져나갈 유망 브랜드들이 입점하였다. 한편에는 특정 기간 동안 팝업스토어를 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었다. 3층 쇼케이스에는 대구지역예술가들과 청년들의 쇼케이스가 될 무대, 전시장, 스튜디오를 비롯한 다목적 공간이 자리 잡았다. 다양한 공연을 접목시킬 수 있는 무대와 강연·포럼·워크숍 등에 용이한 테이블·의자들이 비치되어 있다. 또한 뮤직비디오 영상, 모델·제품 사진촬영 등에 용이한 스튜디오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전시장도 아니고, 공연장도 아니고,  컨벤션도 아니지만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고, 누구나 무대에 설 수 있고, 전시할 수 있는 쇼케이스 공간이다. 4층 라운지에는 <LOOP141>이 자리 잡았다. 모두를 위한 하나의 공간이 되고자 하는 이 곳은, 음악과 문화 그리고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는 음식과 주류가 구비되어 있으며, 미디어파사드와 함께 좋은 음악들을 듣고, 대구의 야경을 감상 할 수 있다. 4.5층은 무영당의 제일 꼭대기에 위치해있다. 이곳은 무영당을 개점한 ‘이근무의 방’으로 꾸며져 있다. 대구 도심에서 가장 높아서 ‘화재관측소’로 활용되었다는 이곳에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하였고, 예술가들의 사랑방이 되어주었던 무영당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